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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1-20 10:59
농산물 유통, 조성 기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03  
“ 농산물 유통, 조성 기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




농산물유통의 효율화는 농산물의 대표가격을 결정하는 가락시장의 효율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경매단계를 건너뛰거나 경매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왜곡되고 불합리한 유통조성(promotion) 기능의 정상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유통조성 기능이란 상품의 거래(상류)와 흐름(물류)을 신속, 정확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투명한 가격결정과 신속한 가격발견은 효율적 유통의 전제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명확한 등급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증권시장이나 선물시장 등 현대적 시장은 경매라는 가격결정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시장의 모든 정보를 즉시적으로 반영하여 경쟁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상품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는 거래대상의 표준화가 전제되어 있다. 상품 품질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각 등급에 해당하는 표준을 정하는 것은 거래되는 상품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견본거래나 신용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가격결정을 신속하게 할 뿐만 아니라 거래비용도 하락시킨다.

그런데 가락시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은 모두 출하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등급을 표기하고, 가락시장은 출하자 등급과 관계없이 경락가격에 따라 다시 등급을 표시한다. 이러한 실태는 품질을 정확하게 적시해 적정가격을 결정하거나 샘플경매를 통해 거래비용을 줄이고 고품질화를 촉진하는 등급화 본연의 기능을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도 제도적으로는 농산물 등급표준화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등급표준이 소비자 선호나 평가의 합리성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소비자 중심의 합리적인 등급표준화는 유통효율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

2001년에 보다 신속하고 투명한 가격결정을 위해 도입된 전자경매는 보다 효율적인 가격을 가능하게 했지만, 기존의 영국식 경매 방식이 최고입찰가 방식으로 바뀌면서 중도매인들은 상대방의 응찰가격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 영국식 경매는 시장 수급여건에 따라 과대응찰의 가능성이 있지만 최고입찰가 방식은 소위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진정한 지불의사보다 낮은 응찰가격을 제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상품의 종류와 시장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가격결정과정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가수의거래도 신속한 가격전파를 통해 경매의 가격발견 기능을 약화시키지 않아야 한다.

1994년 농안법 개정으로 중도매인들은 복수의 도매법인과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가락시장 청과 중도매인의 복수법인 거래는 2012년 현재 전체 거래량의 7.5%에 지나지 않는다. 중도매인들의 복수법인 거래는 법인 간 경쟁을 촉진하고 가격격차를 줄여 일물일가를 이루는 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복수법인 거래는 거래수수료를 인하하고 우수 농산물의 수집활동을 촉진하는 등 중도매인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중도매인의 복수법인 거래를 저해하는 요인을 분석하여 복수법인 거래를 촉진하는 노력도 가락시장의 효율화를 위해 중요하다.

최근 설립된 정산회사에 산지에서 이루어지는 밭떼기 등 선도거래의 청산기능을 탑재하는 것도 필요하다. 배추와 무 등 수시로 가격파동을 겪는 품목의 경우 밭떼기 거래가 전체 산지유통의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가격폭락 시 상인들에 의한 계약파기는 오랫동안 농민들의 원성과 경영위험의 주원인이 되어 왔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결제위험이 큰 선도거래의 계약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의 주도로 설립된 중앙청산소(Central Clearinghouse)는 금융시장의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우리의 농산물 선도거래에도 청산소의 도입을 통해 계약불이행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없애고 농민들의 경영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현물시장인 가락시장에 선물거래를 도입해 가격위험이 큰 채소의 헤징을 가능하게 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농업문제를 악화시키는 주요인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가격파동이다. 농산물의 가격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측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가락시장은 농산물거래와 관련된 가장 풍부하고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시장에 필요한 가격예측 정보를 제공한다면 유통의 효율화와 농가경영의 안정화를 크게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농산물유통의 효율화는 유통구조가 아니라 유통조성 기능으로 풀어야 하며, 유통정책은 조성 기능을 정상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효율적인 유통조성 기능은 유통뿐만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효율화도 가능하게 한다. 가락시장의 역할은 지대하고 할 일은 산적해 있다.


고려대 교수 양승룡

유통in

2014 05/06

[유통전문가 칼럼]